문학 산책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라라와복래 2009. 6. 13. 08:42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神)의 고요한 기억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영혼의 나라 속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의 음식을 주되 한쪽의 음식에 치우치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비록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 처럼,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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