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긍정적인 밥 • 함민복

라라와복래 2009. 6. 13. 11:30

          긍정적인 밥 •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너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