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읽을 권리
한윤정 지음
어바웃어북
2011.08.29
명작이란 말 그대로 이름이 난 작품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사랑을 받아 온 예술작품을 일컫는다. 당대의 작품도 뛰어난 예술성을 갖췄다는 이유로 명작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숨어 있는 명작을 찾아내거나 이 작품이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를 알려주는, 이른바 ‘나의 명작 독법’에 관한 지침서이다.
작품은 어떻게 읽혀지는가에 따라 울림 그득한 명작이 되기도 하고 그저 그런 소품이 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위의 권유로 또는 서평만 보고 책을 구입하였으나 정작 본인이 읽었을 때 재미가 없다면 그 곤혹스러움이란...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책도 그 사람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다. 결국 작품의 운명은 읽는 이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이 말하는 ‘명작을 읽을 권리’란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향유하는 것을 뜻한다. 소설이든 영화든 읽기에는 정답 오답이 있을 수 없다. 단지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특별하게 읽어낼 수 있을 뿐이다.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결은 독자의 삶과 공명할 때 비로소 큰 울림을 낸다. 바로 그때 명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작품이 당신과 공명하는 순간, 명작이 탄생한다.
이 책에는 50편이 넘는 소설과 또 그만큼의 영화가 함께 언급된다. 시와 만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근대 이후의 명작부터 최근의 한국 소설, 영화에 이르기까지 현란한 ‘가로지르기’를 선보이면서 ‘상호 텍스트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장황한 책 소개 대신에 목차를 소개한다. 목차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끈다.
들어가는 글 _이야기는 삶이다
Chapter1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
경계지대에 사는 불안한 소녀들 _중국인 거리 / 고양이를 부탁해
지극히 평범했던 어느 해에 관한 추억 _from 1984 To 1Q84
고통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성들 _댈러웨이 부인 / 디 아워스
용서를 구하는 두 가지 방법 _서편제 / 밀양
본격소설의 시대가 지나가다 _폭풍의 언덕 / 본격소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세 번의 만남 _인연 / 순애보
‘청춘의 열병’이 만들어낸 장르 _호밀밭의 파수꾼 / 개밥바라기별
집을 떠나야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_오즈의 마법사 / 업
Chapter2 명작, 텍스트와 이미지로 태어나다
작품은 현실이다 _ 소설 / 올리브나무 사이로
시가 내게로 왔다 _일 포스티노 / 시
책의 마법에 걸리다 _책 읽어주는 여자 / 더 리더
산사의 전설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다 _부석사 / 생활의 발견
수도자와 소년의 아름다운 인연 _오세암 / 마르셀리노의 기적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정념의 요리, 사랑의 요리 _혀 / 바베트의 만찬
사랑의 끝에서 죽음을 만나다 _성에 / 감각의 제국
지독한 수동적 저항으로 무장한 전사들 _먼 그대 / 필경사 바틀비 / 채식주의자
Chapter3 명작, 이념과 가치관에 고뇌하다
소멸하는 삶, 소멸하는 계급 _워낭소리 /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저항적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 _ 미국의 송어낚시 / 월든
우리는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꾼다 _은어낚시통신 / 제49호 품목의 경매
가정파괴범에서 계급사회의 희생양으로 _하녀의 운명
정치적 올바름을 향해 진화하다 _디즈니의 아홉 공주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방정식 _결혼은, 미친 짓이다 / 아내가 결혼했다
나의 국적은 ‘자이니치’ _박치기 / 우리학교
Chapter4 명작, 시대와 역사를 건너다
서구 근대에 무릎 꿇은 아시아의 비애 _‘아톰’과 20세기
시대의 욕망을 되비추는 거울 _춘향의 영화史
혐오스런 이교도에서 금지된 사랑의 아이콘으로 _드라큘라의 변신
어둡고 깊은 자본주의 골짜기에 관한 기억 _강남형성史 40년
상처와 환멸, 희망의 문학 _민주화 세대의 후일담
한국전쟁이 남긴 심오한 질문 _순교자 / 광장
격동의 역사를 살아 온 고단한 삶의 주인공들 _베이비 붐 세대의 영화
작품과 인물 찾아보기
저자 한윤정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공부했다. 1991년 경향신문 편집국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전국부를 거쳐 지금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다시 쓰는 한반도 100년’ ‘책 읽는 대한민국’ ‘번역가의 책 읽기’ 등을 연재했다. 사회적 가치와 문화예술의 영역을 신문 독자에게 전달하는 문화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