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 어렸을 때만 해도 밤에 똥 누는 일을 금기시했습니다. 어른들이 왜 그러는지 오랫동안 궁금했더랬습니다. 방영웅의 장편 <분례기>에서 주인공 똥예가 파국을 맞는 화근도 ‘밤뒤’를 보다가 그러지 않던가요. 아마 예전에는 뒷간이라는 게 마당 밖 후미진 데 있던 데다가, 못 먹고 살던 때라 애들 밤새 배 꺼지지 말라고 그랬던 모양이에요.
지용이 1937년 <소년>지에 발표한 원고지 두 장 반짜리 수필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우리글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멸종한 우리 문장입니다. 리듬을 보세요. 우리네 말길을 잘 따르고 있어요. 주어가 ‘나’와 ‘할머니’, 또는 ‘자연물’로 이리저리 뒤척이며 서너 호흡 긴 문장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다가 불끈 짜듯 한 마디로 맺어 놓고는, 또 유장합니다. 이야기는 세 번 건너뛰는데 애들 말버릇처럼 거침없고 시원합니다. 이야기 뻗은 자리가 아득히 높습니다. 풍경이 있고, 자연과 신화에 조응하는 정신이 있고, 흐뭇하고 막막한 서정이 있습니다. 이런 글 한 편 짓고는 한 열흘 한정 없이 놀아도 좋을 듯싶어요.
문학집배원 전성태의 문장 배달정지용 190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일제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6.25 때 평양에서 폭사한 것으로 추정됨. 시집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시선>, 산문집 <문학독본> <산문> 등이 있음.
낭독_최성원 배우. 연극 <왕의 남자-이>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연.
캐리커처_박종신 / 음악_배기수 / 애니메이션_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