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책읽기] 김연수 산문집 <여행할 권리> [길 위에서 책읽기] ● 문학의 ‘월경할 권리’를 옹호하다 김연수 산문집 '여행할 권리' 글쓴이 ㅣ 이권우 | 도서평론가 첫 구절만 보면 알 수 있다. 그 책이 나를 사로잡고 오랫동안 곱씹어볼 내용으로 그득한지 아닌지를. 김연수의 여행기 <여행할 권리>는 특별히 뽑아낸 것이 분명한 한 문장으.. 문학 산책 2011.02.14
‘영원한 현역작가’ 박완서 선생님 ‘영원한 현역작가’ 박완서 선생님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 문학 산책 2011.01.24
소 - 김기택 소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 문학 산책 2011.01.08
[경향신문 2011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경향신문 2011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소감 • 정창준] “시를 다시 쓰면서 딱 3년만 신춘문예에 응모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바로 3년째가 되는 해네요.” 시 부문 당선자 정창준씨(36·사진)는 울산 대현고 국어교사다.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시를 썼지만 졸업과 동시에 교사로 취직하면서.. 문학 산책 2011.01.01
[새해 에세이] 몸의 춤, 마음의 춤 - 도정일 새해 에세이 ● 몸의 춤, 영혼의 춤 도정일 문학평론가-책읽는사회문화재단 대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타인, 두 영혼의 만남이 일으키는 신명나는 춤판, 마음의 공동체가 벌이는 즐거운 무도회, 인간이 자기 존재를 들어 올리고 확장하는 사계절 축제이다. “당신은 이 지구에 왜 왔는가?” 최근 .. 문학 산책 2011.01.01
눈 오는 길 - 신대철 눈 오는 길 • 신대철 막 헤어진 이가 야트막한 언덕집 처마 밑으로 들어온다 할 말을 빠뜨렸다는 듯 씩 웃으면서 말한다 눈이 오네요 그 한마디 품어 안고 유년시절을 넘어 숨차게 올라온 그의 눈빛에 눈 오는 길 어른거린다 그 사이 눈 그치고 더 할 말이 없어도 눈발이 흔들린다 ― 창비시선 242 <.. 문학 산책 2010.12.31
흰둥이 생각 - 손택수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 문학 산책 2010.12.08
너에게 시는 무엇인가? - 박시하 아래 글 시인 박시하의 ‘너에게 시는 무엇인가?’는 뉴스레터 <위클리 수유너머> 38호(2010-10-26) ‘시 특집’에 실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박시하는 1972년 생으로, 2008년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작 ‘바닥이 난다’로 등단하였습니다. 박시하의 시 몇 편을 덧붙입니다. 너에게 시는 무엇인가? .. 문학 산책 2010.11.03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문학 산책 2010.09.01
구월의 이틀 - 안재찬 구월의 이틀 안재찬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길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낯선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 문학 산책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