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파울 첼란 - 죽음의 푸가 세계의 명시/ 파울 첼란 죽음의 푸가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쓴.. 문학 산책 2014.08.08
세계의 명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세계의 명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 문학 산책 2014.08.07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작 박형규 역 2009.12.15 발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01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이다. 톨스토이 스스로 ‘과거에 관한 책’이라고 했던 <전쟁과 평화>와는 달리 동시대.. 문학 산책 2014.08.05
남해 금산 - 이성복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Namhae Keumsan by .. 문학 산책 2014.07.27
호시절 - 심보선 호시절 심보선 그때는 좋았다 모두들 가난하게 태어났으나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가 풍요로운 국부(國富)를 이루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엇이든 아무렇게나 말할 권리를 뜻했다 그때는 좋았다 사소한 감탄에도 은빛 구두점이 찍혔고 엉터리 비유도 운율의 비단옷을 걸쳤다 오.. 문학 산책 2014.07.25
사진관집 이층 - 신경림 시집 사진관집 이층 신경림 시집 120페이지 2014년 1월 20일 발행 창비시선 370 탁한 하늘의 별빛 같은 노래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곧은 ‘원로’로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 석 자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 있는 신경림 시인의 신작 시집 <사진관집 이층>. 시인의 열한 번.. 문학 산책 2014.07.20
풀과 생각 - 이병일 풀과 생각 이병일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 생각도 아무 때나 자라고 아무 때나 푸르다 그 둘이 고요히 고요히 소슬함에 흔들릴 때 오늘은 웬일인지 소와 말도 생각 없는 풀을 먹고 생각 없이 잘 자란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조용히 부르짖었다 출전: <옆구리의 발견>.. 문학 산책 2014.07.20
빗소리를 듣는 나무 - 김정기 시집 빗소리를 듣는 나무 김정기 문학동네 2014년 6월 25일 발행 156쪽 <꽃들은 말한다> 이후 다시 십 년, 시인이 굴곡진 지난 삶의 한을 가슴에 묻고 먼 곳에서 날려 보낸 새로운 시편들은 오히려 이곳-고국의 우리를 어르고 달랜다. 그의 시는 고통 속에서 끌어내 더욱 빛나는 깨달음을 물, .. 문학 산책 2014.07.07
'치마' - 문정희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 문학 산책 2014.07.05
작은 꽃들아, 이상한 빛들아 - 이성복 작은 꽃들아, 이상한 빛들아 이성복 작은 꽃들아 얼굴을 돌리지 마라 나는 사람을 죽였다 죽은 꽃들아, 아무에게도 이 말을 전하지 마라 나는 너희처럼 땅에 붙어 살 자리가 없어 그 자리, 내 스스로 빼앗은 자리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작은 꽃들아, 푸른 구멍으로 솟아난 이상한 빛.. 문학 산책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