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철로 된 무지개 - 김별아 | 소설가 겨울, 강철로 된 무지개 김별아 | 소설가 온 나라가 은화(銀花)로 뒤덮이고 며칠 지나 경북 안동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도산면 토계리 퇴계 종택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린 낭독회에 초대받은 터였다. 문학관은 큰길에서도 한참을 골짜기로 파.. 문학 산책 2014.01.04
다자이 오사무 <추억>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 <추억> 중에서 학교에서 쓴 나의 작문도 모조리 엉터리였다고 해도 좋다. 나는 나 자신을 온순하고 얌전한 아이로 보이도록 쓰려고 애썼다. 그러면 언제나 모두에게 갈채를 받았다. 표절까지 했다. 당시 걸작이라고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동생의 그림자놀이>는 어.. 문학 산책 2013.12.30
아모스 오즈의 <노르웨이 국왕> 중에서 아모스 오즈의 <노르웨이 국왕> 중에서 우리 키부츠, 키부츠 예캇에는 즈비 프로비조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쉰다섯의 키 작은 노총각으로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지진이나 비행기 추락, 건물 붕괴로 인한 압사 사건, 화재, 홍수 등의 흉한 소식을 먼저 듣고 .. 문학 산책 2013.12.23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 문학 산책 2013.12.21
새벽의 길 위에서 - 김인수 새벽의 길 위에서 김인수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옵니다 새벽이 오면 나는 매일매일 버려진 것들을 주우러 길을 나섭니다 새벽의 길 위에서 수레를 끌며 천천히 걸으면 수많은 불빛이 환하게 반기며 밝히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나는 원하는 ‘파지, 철, 알.. 문학 산책 2013.12.16
‘빼빼’의 일생 - 최성각 | 작가ㆍ풀꽃평화연구소장 ‘빼빼’의 일생 최성각 | 작가ㆍ풀꽃평화연구소장 지난밤 자정께에 ‘빼빼’가 세상을 떠났다. 가쁜 숨밖에 안 남았지만 확실하게 ‘있던’ 빼빼가 주검만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이때 갔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로 갔을까?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을까라는 선가(禪家)의 물.. 문학 산책 2013.12.12
서정의 세계를 노래하는 시인 황동규 서정의 세계를 노래하는 시인 황동규 1958년 미당(未堂)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황동규.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3년에 한 권꼴로 시집을 펴내며 젊은 시인 못지않은 부지런한 시작(詩作)을 이어가고 있다. 문인으로서의 운명에 감사하며 글쓰기에 대한 .. 문학 산책 2013.12.05
한강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한강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2013.11.15 165쪽 저녁의 소묘 5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 문학 산책 2013.12.03
‘김수영 문학관’ 11월 27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개관 ‘김수영 문학관’ 11월 27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개관 김수영, 조촐하지만 격조 있게 ‘풀’처럼 일어서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김수영(1921-1968)을 기리는 ‘김수영 문학관’이 오는 11월 27일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문을 연다. 도봉구(구청장 이동진)가 지하 1층, 지상 4층.. 문학 산책 2013.11.25
집시의 시집 - 기형도 집시의 시집 기형도 1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도 그를 그냥 일꾼이라 불렀다. 2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손을 가리켜 神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굶주림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 문학 산책 2013.11.14